육진훤(23)‧진솔(22) 형제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갔지만 모든 것을 잃었다. 국가는 군 복무 중 당한 형제의 부상을 방치해 난치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로 만들었다.
군은 형제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 형 진훤씨는 무릎에 금이 갈 정도였지만, 군 의료진은 파스 한 장 붙여준 것이 전부였다. 더욱이 부상이 점점 더 악화됐지만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진통제만 투여했다. 동생 진솔씨도 부상을 당한 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한동안 방치됐다.
부모가 더 절망하고 분노한 것은 따로 있었다. 진훤씨의 경우 치료만 빨랐어도 CRPS는 피할 수 있었다. 전문의들은 “군이 약을 빨리 쓰고 신경차단 치료를 했으면 CRPS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치료해서 끝낼 수 있는 것을 방치해서 난치병이 되게 했다는 것이다.
CRPS는 무서운 병이다. 슬쩍 스치기만 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옷이나 양말을 걸칠 수도 신을 수도 없다. 고통은 24시간 내내 지속된다. 의학계에서는 통증을 시각화해 묘사한 통증척도(10점 만점)를 사용하고 있다.
가령 주사를 맞을 때 따끔한 정도가 3이라면 치통이 4.5, 출산의 고통이 7.5,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8로 수치화하고 있다. 손발을 자를 때가 8~9인데, CRPS는 거의 10에 가깝다고 한다. 몸이 불에 타는 것과 같다고 하니 그야말로 극한의 통증인 것이다.
대한통증학회가 CRPS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44.2%에서 우울증이 동반됐다. 특히 환자의 40%는 통증으로 인해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고, 실제로 20%의 CRPS 환자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사고를 경험한 경우도 46.4%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진훤씨도 부모에게 “제발 죽여 달라”며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다. CRPS는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어렵다.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통이 있을 때마다 마약류로 버텨야 한다.
형제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를 몸 속에 시술하기도 했다. 미세한 전기 자극을 줘서 심각한 통증 신호를 적게 느끼도록 하는 ‘척수신경자극기’를 설치했다. 등 허리 쪽을 절개하고 척수신경자극기 배터리를 삽입하고, 척추 쪽과 그 옆쪽까지 절개해서 전선을 연결했다. 평생 몸속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어딜 가나 기계장치를 신경써야 하고, 리모컨과 충전기를 갖고 다녀야 한다.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형제에게는 희망이 없다. 군 생활 대부분을 병상에서 지내야 했다. 동생 진솔씨는 강제전역 당한 후 실의에 빠져 지내다가 두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에 입대했지만 난치병을 얻은 데다 막대한 치료비 부담까지 부모에게 떠안겼다는 부담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았다.
형 진훤씨는 여러 합병증이 오기 시작했다. 신체조직의 틈 사이에 조직액이 괸 상태 즉 ‘부종’이 아주 심했다. 발톱도 내성발톱(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생하면서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이다. 얼굴은 물론 목과 등에 물집이 생기고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항생제 부작용’이 원인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진훤씨는 2월10일부터는 무상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사병이 복무 중 부상 등을 입으면 전역 후 6개월까지만 군 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동생 진솔씨는 지난해 9월 14일까지, 형 진훤씨는 2월9일까지만 치료가 가능하다. 진훤씨는 아직 수도병원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육진훤씨.
두 형제의 부모는 이중삼중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두 아들이 난치병을 얻은 것도 모자라 ‘치료비 폭탄’을 맞았다. 군은 치료비 전액을 책임진다고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척추자극기 삽입 수술비용 등 자비로 치료에 들어간 금액이 수 천 만원에 달한다. 이제는 군 병원에서 무상진료도 받을 수 없어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게 됐다.
형제가 군 입대하기 전의 단란한 가정도 깨졌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부모는 수도병원 근처에 있고, 중학교 1학년인 막내딸 지유는 엄마의 아는 동생 집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창 엄마 품이 그리울 나이에, 보고 싶은 오빠들도 보지 못하고 이산가족이 돼 있다.
형제의 부모는 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거짓말만 늘어놓는 국방부를 향해 ‘국뻥부’로 부를 정도다. 진훤씨는 수도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서울대병원에 외래 진료를 다니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은 겨울비가 내렸다. 그런데 이날 진훤씨와 어머니는 비를 쫄딱 맞으면서 외래진료를 가야만 했다.
국군의무사령관 이‧취임식 때문에 외부 차량을 통제했고, 진훤씨 아버지 차량이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환자인 진훤씨가 휠체어를 타고 300m나 되는 병원 정문 앞까지 비를 맞으며 나와야만 했다. 이로 인해 진훤씨는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 서울대병원 진료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어 가까스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군은 환자보다 의무사령관 이‧취임식이 먼저였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제(23일)는 병원 쪽에서 진통제(마약류)를 주지 않아 진훤씨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머니 유선미씨에 따르면 “진훤이가 어제(22일) 저녁부터 마약류 진통제를 먹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 약을 못 준다고 해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에게 전화해서 부탁했는데도 막무가내다”라며 국방부, 의무사령부 등에 항의 전화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지인들과 페친들이 군에 민원성 항의전화를 하기도 했다.
@진훤씨의 어머니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군 병원에서 진통제 처방이 안 되자 외래진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에 가서 사정이야기를 하고 진통제를 받아왔다고 한다. 진훤씨의 어머니는 “군의관이 국회의원보다 높은 것 같다”라며 “군 병원은 군의관이 처방을 내지 않아 약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담당 군의관을 질타했다.
형제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다 부상을 당했다. 군은 사병들을 제때 치료하기는커녕 방치하면서 난치병으로 만들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다쳤는데도 군은 왜 민간병원에서 치료받은 병원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우리는 모르니 가족이 알아서 내라는 식이다. 이런 적반하장도 없다.
@단란했던 가족 사진
국가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다친 사병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군은 군 복무 중 난치병에 걸린 형제들을 방치하고 오히려 애물단지 취급을 했다. 어느 부모가 이런 군대에 아들을 보내고 싶겠는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헌신짝 버리듯이 내 팽개치는 국가라면 어느 누가 가슴에서 충성심이 우러나올 수 있겠는가.
이 억울한 사연을 널리 알려서 제2, 제3의 육진훤‧진솔 형제가 나오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이 글을 적극 공유해서 이 가족이 더 이상 막다른 길에 내 몰리지 않도록 도와주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