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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장자연 죽어서도 억울하게 됐다…‘성범죄 수사권고 못한 채 종결’

by 삭제중 2019. 5. 20.

결국 장자연씨는 죽어서도 억울하게 됐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20일 오후 2시 정부 과천청사에서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과거사위는 사건 당시 장자연이 술 접대를 강요받은 정황은 인정되지만, 성폭행 피해 의혹은 수사를 권고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수사 권고는 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장자연의 소속사 대표였던 김아무개씨에 대한 위증관련 혐의만 재수사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장자연씨 사망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검·경이 부실하게 수사했고, 조선일보가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핵심 의혹인 장씨에 대한 술접대·성상납 강요 등에 대한 재수사가 어려워 영원한 미제로 남게 됐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친필 문건을 통해 주장한 술 접대 행위 및 폭행·협박 등의 피해 사례는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피해 사례를 기재한 내용 외에 가해 남성들의 명단이 기재된 이른바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누가 리스트를 작성했는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기재한 것인지, 리스트에 구체적으로 누가 기재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소속사와의 불합리한 계약에 근거해 술접대 등을 강요받은 여러 정황을 사실로 확인했다.

과거사위는 "기획사 대표가 소속 배우지망생 또는 신인 연기자에 대한 지배적인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했고 이는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주요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과거사위는 술접대·성접대 강요 의혹,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사장' 의혹 등과 관련해 검사의 사건 처리에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술접대 강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여러 사정이 있었음에도 막연히 장자연 문건의 내용이 모호하고 동료가 직접적인 폭행·협박을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며 "이는 수사미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문건에 언급된 '조선일보 방사장'과 관련해서는 "(일정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오찬' 스케줄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무관하다는 점에 치중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며 "'방사장'이 누구인지, 장자연이 호소한 피해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장씨의 수첩·다이어리·명함 등 주요 증거들이 압수수색에서 누락되고, 장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 원본 및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가 기록에서 빠진 점 등도 부실 수사의 근거로 지적됐다.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과 경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점도 사실로 확인했다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반면 장씨에 대한 술접대·성상납 강요 의혹 중 유일하게 처벌 가능성이 남은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전혀 제기되지 않았던 사항이고 사실인 경우 그 혐의가 매우 중대하다"면서도 "윤지오씨 등의 진술만으로는 성폭행이 실제 있었는 지와 가해자, 범행 일시, 장소, 방법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추가 조사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간 제기됐던 강요나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라며 "수사가 개시되려면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돼야 하지만 2인 이상이 공모·합동했는지,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13개월에 걸쳐 80명이 넘는 참고인을 조사했는데도, 범죄 수사를 이어갈 단서는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 배경에는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과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의지가 원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