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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자백’ 5가지 이유

by 삭제중 2019. 10. 2.

33년 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범행을 인정했다. 이씨가 자백한 사건은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모방범죄로 확인된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이다.

 

그는 여죄도 털어놨다. 미해결이던 5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강간‧강간미수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씨는 총 15명을 연쇄 살해한 것이 되는데 유영철(20명), 김대두(17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씨가 자백한 모든 범행은 그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이뤄진 것이다.

 

이춘재는 그동안 경찰이 증거를 들이대도 “나는 범인이 아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랬던 그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1. 추가 DNA 확보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 범행 현장(5·7·9차)에서 이춘재의 유전자(DNA)가 나오자 그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러나 이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증거를 들이대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자 경찰은 화성사건에서 확보해 둔 유류품 전부를 국과수에 보내 DNA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4차 사건에서 수집된 유류품에서도 이씨의 DNA가 나왔다. 경찰은 이것으로 이씨를 압박했다.

 

2. 목격자와 성폭행 피해자의 증언
경찰은 이춘재가 범행을 부인하자 목격자를 대상으로 검증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희미해진 기억을 살리기 위해 ‘법 최면 기법’이 동원됐다.
1988년 9월 7번째 화성 사건 직후 용의자를 목격하고 몽타주 작성을 도운 시외버스 안내양도 포함됐다. 그는 경찰의 법 최면 조사에서 “당시 용의자의 생김새가 이춘재와 똑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춘재의 여죄로 의심되는 미제 성폭행 사건의 피해 여성도 폭넓게 조사해 왔다. 이 중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한창이었던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 사이에 화성에서 성폭행을 당한 30대 여성 A씨도 있었다.
A씨는 당시 성폭행범이 자신의 옷을 사용해 손을 묶은 사실을 떠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가 다른 화성 사건의 피해자를 살해할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수법이다. A씨가 묘사한 범인의 인상착의도 이춘재와 유사했다.
경찰이 법 최면 조사를 한 또 다른 여성 B씨는 이춘재가 충북 청주에 거주한 1991년부터 1994년 1월 사이에 청주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B씨의 진술도 A씨와 비슷했다.



3. 얼굴 공개와 계속된 언론보도
이춘재의 인적사항이 공개된 후 언론은 경쟁적으로 그의 주변을 취재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국일보, MBC <실화탐험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이 이씨의 고등학교 때의 사진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씨의 집안 내력, 어머니 인터뷰, 재산 등이 연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춘재는 여기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4. 공소시효 만료
이춘재는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07년 이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이걸 기준으로 보면 이춘재의 모든 범행은 공소시효가 끝났다. 가장 나중에 발생한 사건 기준으로 봐도 2009년에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됐다.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방법이 없다. 이걸 잘 아는 이춘재로서는 범행을 계속 부인하기 보다는 빨리 인정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5. 경찰-이춘재 라포르 형성
‘라포르’(Rapport)는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그 사이에서 충분히 감정적,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경찰은 이춘재가 범행을 부인하자 프로파일러 9명을 차출해서 8차례의 대면조사를 가졌다. 이들은 이씨와 신뢰를 쌓아가며 매일 같이 부산교도소를 찾아가 압박과 회유를 반복했다. 이춘재는 지난주부터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춘재는 25년 동안 큰 문제없이 ‘1급 모범수’로 지냈다. 일각에서는 이씨가 가석방이나 특별사면 등을 노린 계산된 행동으로 의심했다. 현행법상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도 28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 검토가 가능하긴 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성폭력사범의 경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이춘재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화성 사건 용의자로 특정되면서 가석방이 어렵게 되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자백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닌 셈이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을 했지만,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 작업에 나섰다. 자백 내용과 과거 해당 사건의 수사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비교해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