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수면 유도제를 이용하고 내연남과 증거를 인멸하는 등 범행을 미리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A씨(여‧61)가 살해한 남편 B씨(55)의 몸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소견을 통보 받았다. 사망원인은 경부압박질식사(목졸림)로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30일 자택 인근 병원에서 한달치 수면유도제를 처방 받아 약국에서 구입했다. 이어 지난 4일 오후 8시부터 9시20분 사이 광주 서구 금호동 빌라 3층 자택에서 남편과 술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한 뒤 남편이 잠들자 살해했다.
A씨는 범행 후 내연남 C씨(62)에게 전화를 걸어 "쓰레기를 좀 치워달라“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A씨는 C씨와 함께 B씨의 혈흔을 닦은 수건, 혈흔이 묻은 거실 이불, 노끈 등을 김장용 봉투 3개에 담은 뒤 같은날 오후 9시50분쯤 C씨의 차량에 싣고 광산구의 한 쓰레기장에 버렸다.
살해·증거 인멸을 마친 A씨는 딸과 만나 인근 노래방에 다녀오며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범행 다음날인 5일 새벽 1시쯤 112에 전화를 걸어 “딸과 함께 노래방에 갔다 왔는데 남편이 욕실에서 넘어져 숨진 것 같다”고 신고하며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남편의 머리에 둔기로 맞은 듯한 상처가 발견돼 추궁하자 A씨는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을 인정했다.
A씨는 "B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십차례 내려친 뒤 노끈으로 목을 졸랐다"고 했으나 "수면유도제는 본인이 복용하기 위해 구입했다"며 더 이상의 진술은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수면유도제 구입 시점을 볼 때 A씨가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씨가 버린 범행도구 등은 광역매립장에 이미 매립돼 증거물은 확보되지 못했다. A씨 자택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C씨가 4분 정도 집에서 머물렀던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이로 미뤄 C씨가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남편 B씨가 지난달 중순쯤 A씨와 C씨의 불륜 관계를 안 뒤 이혼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앞선 조사에서 "남편의 가정폭력이 심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가정폭력 피해 신고·상담 접수내역은 없었다.
경찰은 아내 A씨를 살인·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내연남 C씨를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지난 11일 구속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한 뒤 오는 14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