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생후 7개월 딸을 홀로 방치해 굶겨 죽인 부부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으나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아 중형 선고가 어렵게 됐다.
검찰은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의 심리로 진행된 남편 A씨(22)와 아내 B씨(19)의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5월25일 오전 7시부터 31일까지 6일간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 자택에서 생후 7개월인 C양(1)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했다.
C양은 6월2일 딸 부부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외할아버지가 이 아파트를 찾으면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C양은 머리와 양손, 양다리에 긁힌 상처가 난 채 거실에 놓인 라면박스 안에서 숨져 있었다.
경찰 수사결과 C양은 6일 동안 반려견들과 방치된 상태에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굶어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C양이 집에서 방치된 채 굶고 있을 때인 5월25일부터 28일까지 친모인 B씨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당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B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면 '오랜만에 모여서 술 마셨다', '어제 오늘 같이 술 마셨다', '어제 술마시고 오늘도 술마시고'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술자리 사진을 첨부해 올렸다.
A씨 부부는 당초 아동학대치사죄로 구속 후 송치됐으나, 검찰은 이들 부부에 대해 살인죄로 죄명을 변경하고,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2개 혐의를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의 아내 B씨에게는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 A씨와 B씨는 불복해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불이익 변경금지'가 적용됐다.
2심에 와서 B씨는 성인이 됐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2심 법원이 B씨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부정기형'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
또 '불이익 변경금지' 규정을 적용할 때는 부정기형 중 최단기형(징역 7년)과 정기형(2심 형량)을 비교해야 한다는 판례에 비춰보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B씨에게는 징역 7년을 초과하는 형량이 선고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1심에서 나타난 사실관계가 모두 바뀌지 않을 경우를 전제하면서 "법률상 검사의 항소가 없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며 "A씨의 경우에도 B씨와 양형을 맞출 수밖에 없어 1심이 선고한 징역 20년이 대폭 바뀔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26일 오후 2시에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08년 12월11일 조두순이 8살 나영이를 성폭행한 사건도 검사가 항소를 하지 않아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 형량인 12년 이상을 선고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