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3시27분쯤 119에 “아이가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 출동했다. 인터폰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기가 새어나오는 화장실 문을 여니 바닥에 쌓아놓은 이불과 옷가지에 불이 붙어 있었다. 그 옆에는 백아무개씨(44)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안방에서는 백씨의 딸 A양(8)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연기를 흡입한 백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하루 뒤 백씨가 퇴원하자 A양 사망원인 등을 집중 추궁했다.
백씨는 경찰에서 "법적 문제로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고 올해 3월 학교에 입학시키려 했다"면서도 "생활고를 겪게 되면서 처지를 비관해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A양은 엄마인 백씨한테 살해된 후 1주일째 시신이 방치된 상태였다. 경찰은 백씨를 살인혐의로 긴급 체포해 신병을 확보했다.
백씨는 매달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특정한 직업은 없었다. A양은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백씨에게는 딸을 학교에 보낼 수 없는 ‘과거’가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백씨는 10여 년 전 남편과 자녀들 두고 집을 나와 인천의 현 거주지에서 사실혼 관계의 남성과 생활하면 2013년 딸을 출산했다. 하지만 전 남편과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서류상 문제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사실혼 관계의 남성이 6개월 전 집을 나가자 백씨는 배신감 등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딸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백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하고, A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