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 정원섭 목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지난 1972년 9월27일 강원도 춘천에서 파출소장 딸인 초등학교 5학년 장아무개양(12)이 귀가 길에 실종된다.
이틀 후인 9월29일 장양은 알몸 시신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했다. 그러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내무부장관에게 불호령을 내리고 "10일 안에 범인을 잡으라"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찰은 동네 만화가게 주인이던 정원섭씨(당시 39세)를 연행해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정씨는 "나는 범인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으나 경찰은 정씨를 협박, 폭행, 고문하고 증거를 조작해 범인으로 만들었다.
검찰도 정씨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기소했으며,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정씨 아버지는 아들이 구금된 지 1년도 안돼 충격으로 사망했다.
정씨는 모범수로 선정돼 유기징역의 상한인 15년으로 감형됐고 1987년 가석방됐다. 수감된 지 15년 만이다.
이후 정씨는 목사 안수를 받고 정식 목사가 됐다. 정씨는 출소 후 살인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7년 11월 재심이 이뤄졌고, 2011년 사건발생 39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정씨는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9억6천만원을 받는데 그쳤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갑자기 대법원 판례가 바뀌면서 소멸시효가 적용됐고, 결국 국가로부터 배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정씨의 기막힌 사연은 2013년 1월에 개봉된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가 됐다.
정원섭씨의 장례식은 용인 평온의 숲 장례식장 304호실에서 열리며, 장지는 평온의 숲이다. 발인은 30일 10시30분이다.■